2007년 02월 04일
{Little Miss Sunshine;2006}
# 2006년, 미국 최고의 인디영화란 소문을 듣게됐다.
상암 CGV개봉을 놓치고.. 안타까워하던 중-
종로의 'Miro Space'란 곳에서 상영 중이란 정보를 듣고는- 보러갔다.

미로스페이스는. 인사동에 있던 예술영화전용관이 새로 단장된 곳이라 한다.
저예산의 소규모 영화를 보게 해준다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데,
120석 단관 상영관의 와인빛 의자가 너무 맘에 들어. 더욱 신이났다.
(영국산 '페르코 와이드백'의자라고 한다.)

# "후버네 가족을 소개합니다-!"
가장인 아버지 리차드는 자신이 개발한 '실패하지 않는 사람의 성공 9단계 이론'이 세상에 빛을 내기를 간절히 바라는, 실패한 '성공 이론가'이다. 모든 행동은 성공을 향하는 과정이며, 그에게 패배란 곧 죽음이다.
어머니 쉐릴은 그런 남편을 '경멸'한다. 끝끝내 담배를 꺼내 물어야 할 만큼, 현실이 고달픈 사람이다.
할아버지는 마약 복용으로 양로원에서 쫓겨났다. 집안의 어른으로- 존경의 대상.... 이어야 할 것 같은데. 며느리에게는 반찬 투정을 하고. 손자에게는 섹스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아들 드웨인은 전투기 조종사가 꿈이다. 세상은 모두 'Suck'이며.. 말을 하지 않는 수련을 9개월째 하느라, 가족과의 대화도 메모로 해결한다.
게이 애인에게 차이고, 자살을 하려다 실패해 여동생 집에 얹혀살게 된 프랭크는, 프로스트 석학의 인텔리다.
7살 올리브는 할아버지로부터 미인 대회에서 선보일 장기자랑을 전수받고 있는 중이다. 미인대회의 주인공이 되고싶은 귀엽고- 또한, 살짝 통통한 아이이다.

...이 영화를 소개할 때마다 등장하는... 일명 '콩가루 가족'이다. 엉망진창이다.
이 가족이, 막네 올리브의 'Little Miss Sunshine'대회 참가를 위해 폐차 직전의 조그마한 버스에 함께 오른다.

...진짜 엉망진창이다-ㅁ-;;

아빠는 모든 사람에게 성공을, 실패한 사람의 비겁함을 역설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강연을 팔아먹지 못한 무능력한 가장일 뿐이다. 엄마는 이런 아빠가 이젠, 너무나도 지겹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말도 안되는 것만 늘어놓으며 끊임없이 시끄럽게 떠들고, 프랭크는 다른 가족들과 여전히 편한 관계가 아니다.


# 여행은, 역시 평탄하지 않다.
가족들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자신만의 아픔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가고싶어서 가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다같이 가야만하게끔 설정하기 위한 장치들도- 재밌었다.)

자동차는 일찌감치 고장났고.
할아버지는 여행 도중 죽어버리고.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시체를 병원에서 훔쳐내는 만행을 감행하며-
프랭크는 자신을 차버린 게이 연인과 그 애인과 만나는 경쟁자를 딱! 만나고.
드웨인은 올리브와 놀다가 우연히 자신이 색맹이라는 것을 깨닫게되며- (조종사가 꿈이었는데!!!)
정말- 정말- 어렵게 도착한 어린이 미인대회 현장은...
올리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른 따라하기 경연대회'현장이다.

여기즈음- 되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저런 치닫는 사건들을 겪으며. 이겨내며. 변화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그 과정 하나하나를 보는 관객들은.

저 콩가루 가족의 구성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생의 짐'과. 나와 함께하는 우리 가족의 어려움을. 어떻게 버무리며 극복해가는지 지켜보게된다.
그리고- 그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며-
감동. 이란 것을. 느낀다.

(실제.. 중간중간 훌쩍훌쩍- 이렇게 된다. 개인적으로, <미녀는 괴로워>와 비슷한 정도의 눈물이 났던 것 같은데-
단. <미녀는 괴로워>보면서 눈물날때는, '아- 낚인다-'이런 느낌이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웃으면서- 훌쩍. 이렇게 된다는 거-!)

삶의 의욕이라곤 몽땅 버려버린 것 같던 프랭크가, 조카의 미인 선발대회 등록을 위해 혼신을 다해 뛰어가는 모습이나. 전투기 조종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속의 모든 것을 토해낼 것 같던 드웨인이, 동생의 다독거림에 여행에 다시 동참하는 것.

실패는 곧 죽음이라 생각하던 아버지가 딸을 위해 무릎을 꿇을 수 있는 것과- 할아버지의 기괴한 동작을 무대 위에서 선보인 막네 올리브를 위해, 모두 함께 무대에 뛰어들어 춤을 쳐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이 콩가루 가족이 '지랄같은'여행을 통해 얻게 된 것이다.

  고장난 버스때문에... 가족들 모두가 힘차게 밀었다가, 한명씩 빠르게 차에 뛰어올라야만 제대로 달릴 수 있는 그 모습이- 이 영화를 함축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영화 포스터 장면).

먼지 폴폴 날리는 도로에서 자동차를 밀며,
'난 이시대 최고의 프로스트 석학입니다'라고 내뱉는 프랭크의 대사처럼-
곳곳에. 센스 넘치는 유쾌한 대화들도 넘쳐난다.

어쩌면. 저렇게 착한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얼핏 들어보니, 부부 감독이란다.


모든 여행을 끝마친 이 가족은.
여전히 자동차를 힘껏 밀어야만 다시 출발 할 수 있는 열악한 상황에 있지만.
아무도 그들을 '콩가루'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아니면.
'콩가루- 그게 얼마나 고소한데!'라고 얘기해줄 터이다.

나중에- 내 애들한테는.

<미녀는 괴로워>이런거 안보여주고.

<미스 리틀 선샤인>같은 영화 보여줄게다.

추운 겨울- 호호 불어먹고 꿀꺽 삼키는 '오뎅과 국물 한 컵'과 같은 추천작.

.

by SANDIYA | 2007/02/04 18:50 | # MoVie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sandiya.egloos.com/tb/88872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 다음 >>